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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케씨 다이어리

패키지부터 신제품, 특허까지 요즘 RIPC 미팅에서 나눈 이야기[포장,패키지, 목업디자인 미팅_케케씨 다이어리]

요즘 RIPC 사업 때문에 이런저런 기업을 만나러 다니고 있습니다.

 

최근에 만난 곳만 해도 온라이프, NSBS, 명일폼테크까지 세 곳입니다. 한 곳에서는 제품 패키지를 펼쳐놓고 인쇄 이야기를 했고, 다른 곳에서는 욕창 예방 방석의 TPU 에어 셀 구조를 이야기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샌드위치 패널을 두고 페놀폼과 우레탄폼, 90도 결합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케터인 제가 어느 날은 비닐 포장 이야기를 듣고, 어느 날은 체압 분산을 공부하고, 또 어느 날은 샌드위치 패널의 제조공정을 듣고 있으니 가끔은 저도 조금 신기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전혀 다른 기업들의 미팅을 따라다니다 보니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게 하나 있습니다.

기업이 처음 이야기한 니즈가 그대로 최종 결과물이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기업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듣는 것이 가장 먼저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고, 우리가 가진 경험을 더해 제안하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방향이 보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최근 세 기업과의 미팅에서도 그 과정이 꽤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패키지디자인을 바꾸는 일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온라이프는 기존에 판매하고 있는 유지보수 제품의 패키지를 개선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기존 제품의 패키지를 조금 더 보기 좋게 바꾸는 프로젝트겠구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이야기를 들어보니 패키지를 예쁘게 만드는 것만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품은 주로 비닐에 포장되고 있었고 택배박스는 대량 납품 때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박스보다 실제 소비자가 자주 접하는 비닐 패키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하나씩 이어졌습니다.

 

라벨을 붙이는 것이 좋을지, 비닐에 직접 인쇄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했고, 기존 바코드 라벨에도 비용이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1도와 2도 인쇄 방식까지 함께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중간보고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대표님께서 온라인몰에 경쟁사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썸네일을 올리다 보니 제품들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가 만들고 있는 패키지는 실제 제품을 손에 들었을 때만 좋아 보여서는 안 됐습니다. 온라인몰의 작은 썸네일에서도 ‘아, 이 제품이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어야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디자인 요소를 가운데로 모으고 가독성을 높이는 방향까지 고민하게 됐고, 제품별 베리에이션과 카톤박스, 디자인 출원까지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패키지 디자인’으로 시작했지만, 미팅을 거듭할수록 우리가 고민하는 범위는 이 제품이 실제로 어떻게 포장되고,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판매될 것인가까지 넓어졌습니다.

 

이런 순간을 볼 때마다 기업의 요청을 잘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요청이 실제로 사용되는 환경을 함께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디자인을 찾다가 다시 ‘기술’로 돌아왔습니다

NSBS에서는 또 완전히 다른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NSBS의 제품은 TPU 소재의 에어 셀을 활용해 체압을 분산시키는 욕창 예방 제품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앞으로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 디자인의 방향을 찾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셀 위에 저경도 폼을 결합해보기도 하고, 셀끼리 교차하거나 접히는 구조도 생각해봤습니다. 원형이나 별형, 기둥형처럼 셀 자체의 모양을 바꿔보는 방향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디어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한 가지 질문이 중요해졌습니다.

 

“NSBS의 제품을 NSBS답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요?”

 

폼을 크게 사용하면 체압 분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반적인 폼 방석처럼 보일 수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소재를 더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제품이 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다시 제품의 핵심인 TPU 에어 셀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TPU 셀이 주인공으로 보이면서도 셀의 겹침이나 눌림, 특정 부위에 압력이 집중되는 문제를 개선하려면 어떤 형상과 배열이 좋을지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을 단순히 ‘새로운 모양을 만드는 일’로 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셀의 높이가 달라지면 압력 분산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제 진공성형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 소재가 바뀌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까지 연결해서 봐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디자인을 찾는 일이었는데,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미 기업이 가지고 있는 좋은 기술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것인가에 가까워졌습니다.

 

새로운 것을 무조건 더하는 것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강점을 더 잘 살리는 것.

 

이것도 이번 미팅에서 배운 것 중 하나입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실제로 만들 수 없다면?

명일폼테크에서는 샌드위치 패널의 결합 구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현장에서는 샌드위치 패널을 90도 모서리에 시공할 때 패널을 45도로 절단하고 우레탄폼 등으로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마감 품질이 달라질 수 있고 시간과 인건비도 많이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평면에서는 일반 패널처럼 사용하다가 90도 모서리에서는 별도의 절단 없이 서로 맞물려 결합되는 구조였습니다.

 

처음 설명을 들었을 때는 꽤 명확해 보였습니다.

 

현장 절단을 줄일 수 있고, 시공시간도 단축할 수 있고, 작업자의 숙련도에 관계없이 일정한 품질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 결합 방식과 차별성이 있어 특허 가능성까지 검토해볼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기업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 현실적인 질문들이 하나씩 등장했습니다.

명일폼테크에서 사용하는 페놀폼은 취성이 강하기 때문에 복잡한 형상으로 가공하면 운송이나 취급 과정에서 파손될 수 있습니다. 강판을 폼 안쪽까지 깊게 삽입하면 열교 차단 성능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었고, 가공성을 높이기 위해 우레탄폼을 섞으면 이번에는 화재시험이라는 문제가 생길 수 있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특허가 될 수 있는가?’보다 먼저 ‘실제로 만들 수 있는가?’를 함께 봐야 했습니다.

그래서 미팅에서는 원래 구조를 고집하기보다 제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를 단순화하는 방법, 복잡한 끝단에만 우레탄폼을 사용하는 방법, 강판을 나눠 제작하는 방법, 기존 패널은 유지하면서 별도의 조인트만 개발하는 방법까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목업을 먼저 만들어볼 것인지, 특허와 디자인 출원의 범위는 어디까지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이 미팅을 보면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과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 하나를 던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조공정부터 소재, 목업과 특허 가능성까지 살펴보면서 실제 제품이 되는 과정을 함께 고민해야 했습니다.

세 기업을 다녀왔는데,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면 정말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세 기업입니다.

 

온라이프에서는 패키지를 이야기했고, NSBS에서는 TPU 에어 셀을 이야기했으며, 명일폼테크에서는 샌드위치 패널의 결합 구조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팅들을 정리하면서 저는 오히려 세 프로젝트가 꽤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업에서 먼저 가지고 온 고민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라는 제안을 하나 더 얹습니다.

 

기업에서는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의견을 줍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현실적인 문제가 나오기도 하고, 반대로 기업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향을 우리가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몇 번을 주고받다 보면 처음 미팅에서 이야기했던 것과 조금 다른 곳에 도착해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쪽이 더 좋은 방향인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RIPC 프로젝트를 가까이에서 보면서 좋은 수행사는 기업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만들어주는 곳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답을 정해놓고 기업을 끌고 가는 것도 아닙니다.

기업은 자기 제품과 기술을 가장 오래 경험해온 사람들이고, 우리는 여러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쌓은 경험과 조금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니즈에 우리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더하고, 서로 계속 이야기하면서 처음보다 더 좋은 방향을 만들어가는 것.

아마 그게 제가 최근 RIPC 미팅을 따라다니면서 본 가장 재미있는 장면인 것 같습니다.

 

결과물만 보면 패키지 하나, 제품 디자인 하나, 새로운 구조 하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나오기 전에는 생각보다 많은 질문과 제안, 수정이 오갑니다.

그리고 저는 요즘 그 과정이 꽤 재미있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하나 배워갑니다.

기업이 원하는 것을 잘 듣는 것.
그리고 거기서 한 발 더 생각해보는 것.

 

엠앤케이 마케터 케케씨의 RIPC 미팅 다이어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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